교활하고 야비한 아베 정권의 마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한국에 대한 기습적인 경제 보복 조치는 양쪽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는다는 중국식 양패구상(兩敗俱傷)의 자충수다. 한국경제의 숨통을 끊겠다는 발상은 사냥개가 토끼를 쫓다 둘 다 지쳐 죽었다는 견토지쟁(犬兎之爭])인 것이다. 
36년 식민통치의 한을 품고 압축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이제 일본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세계 11위 경제 대국임을 알아야 한다.

이젠 정부 대응과 별도로 국민이 분연히 일어서 야만적인 일본의 횡포에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갚아 줘야 한다. 한·일 합방이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도 반성은커녕 기고만장한 덜떨어진 쪽바리 정부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미물도 밟히면 꿈틀한다. 더구나 일본이 밟으면 피가 거꾸로 서는 것이 우리 국민감정이다. 국민의 분노지수가 임계치를 넘어섰다.

한국은 봉 · 연 1조 4천억 파는 유니클로

‘내 돈 갖고 내가 쓰겠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한 해에 수만 명씩 떼거리로 나가는 일본 골프 관광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가성비가 좋다고 연간 1조 4000억원 규모의 유니클로 옷을 벨도 없이 계속 사 입는 것도 깊이 숙고해야 한다. 이 사태가 오기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쌩쌩 달리는 현대·기아 자동차가 일본 도로에서는 안 보였다. 세계 으뜸인 삼성 휴대폰도 일본에서는 안 먹혔다. 우리는 일본 자동차가 좋다고 사족을 못 쓰는 짝사랑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내부 분열과 갈등이다.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라며 일본에 면죄부를 줄려는 양비론은 금물이다.

물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외교를 국민감정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주 서툰 처사다. 조선 선조시대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으로 갈려 허구한 날 당파싸움을 벌였다. 정확히 1591년 함께 일본을 정탐하고 돌아온 서인 황윤길은 “일본이 침략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반해 동인 김성일은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조는 집권 세력이던 동인의 말을 들어 축성중인 성 조차 그만두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침략을 당했다. 선조는 그만큼 충신의 직언을 들을 능력도 민심을 읽을 자질마저 부족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주소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괴심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고 느닷없이 경제적으로 왜침을 당한 초비상 시국에 우리 내부가 ‘내 탓, 네 탓’하며 아군끼리 총질하는 자해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치졸한 일본 정부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 국가 경제 상황이 풍전등화 처지인데 어린학생 급식제공과 고속도로 통행을 볼모로 데모하는 무정부 상태가 백주에 진행되는 것은 ‘이게 나라냐’는 비탄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파멸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100만 조합원보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주제넘고 되바라진 훈수가 너무 장황해 본질 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 가뜩이나 섬유·패션 경영환경이 악화일로인데 계절적인 마의 비수기까지 겹쳐 업계에 사색이 만연돼 있다. 한국 섬유산업을 받치고 있는 화섬직물과 니트직물에 수출과 내수 오더가 씨가 말라 산지마다 땅 꺼지는 한숨 소리다. 오더는 고갈되고 재고는 쌓이고 은행은 여신을 조여 오고 사방이 지뢰밭이다.

대구 염색공단 내에서 비교적 잘 나간다는 某회사를 예증으로 들어본다. 그는 염색공장 외에 대구에 버젓한 건물 2채를 갖고 있어 건물임대료만 월 5000만원이 들어온 알부자다. 그가 요즘 다급하게 뛰어다니며 사채시장을 뒤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염색공장에서 월 1억원 이상 적자가 나 임대수입으로 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황에 장사 없듯 연간 10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그 회사 하나뿐이 아니다. 염색업계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某인사는 누적 적자를 감당 못 해 소유하고 있던 서울의 재개발 아파트를 팔아 20억원을 회사에 넣었으나 어느새 거의 고갈 됐다고 한다. 이들 회사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곳이지만 상당수 염색 업체가 떡쌀 담글 위기 국면에 처해있다. 대구 섬유산업 버팀목인 염색공단 입주기업에 이 정도면 직물·사가공 업체의 사정은 ‘묻지 마라 갑자생’이다. 주력 제품인 대구와 경기의 폴리에스테르 직물과 ITY 싱글스판을 중심으로 한 니트직물 경기가 거의 거덜 상태에 몰린 것이다. 환편 니트 경기는 4월부터 죽을 쑤다 7·8월 비수기 폭탄을 맞은 데 이어 폴리에스테르 직물은 9월까지 엄동설한을 견뎌야 한다.

굼뜬 한국섬유 기업 고생 멀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섬유산업이 이토록 시난고난을 넘어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자업자득이다. 시장은 분초를 다루는 변곡점의 꼭대기에 와 있는데 경영 방식은 봉건적인 천수답 경영에 안주해 왔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규모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데도 자동화 투자는 외면했다. 차별화 신소재 개발 없이 중국과 아직도 상당품목을 똑같은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직물 기업뿐 아니라 화섬과 면방 등 원사 업체부터 너무 편하게 장사해왔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까지 가세해 규모 경쟁과 품질전쟁으로 나서는데 40년 묵은 구설비와 경쟁력 없는 소재로 일관해온 안일한 전략이 제 발등을 찍었다. 원사 메이커의 천수답경영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의 소재 빈곤을 불러일으켜 동반 추락한 것이다.

일본 도레이가 세계 최대 슈퍼섬유메이커이지만 연간 10억 달러 규모의 의류봉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편직기 1000대 이상 1일 염색캐퍼 30만kg 이상의 홍콩의 퍼시픽에 지분을 참여해 니트원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전략을 배워야 한다. 한국 섬유 업계의 고생길 아직 멀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