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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한국판 유니클로' 서둘자

기사승인 2019.08.26  10: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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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 격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경제보복의 비수를 꽂은 일본의 소총 공격에 ‘지소미아’ 파기라는 대포로 응사했다. 국익을 위해 잘한 결정인지 아니면 사태를 악화시키는 긁어 부스럼인지 예단은 이르다. 그러나 당당한 주권 국가이자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일본이 때리면 맞고 밟힐 수는 없다.

일본의 무모한 경제 도발에 감정 대응을 자제하며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8·15 경축사와 9월 정상회담 제안 · 특사교환 등 이를 악물고 저자세로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과정은 굴욕적이었지만 결과 역시 빈손이었다. 어폐가 있지만 야만적인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쌍코피를 흘리면서 “아베 총리각하 저희가 맞을 짓을 했으니 더 때려주십시오.” 할 수는 없다.

성급한 인사들이 당장 무슨 일이 터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안보의 동아줄인 한·미 동맹은 소가 밟아도 끄떡없다. 또 지소미아 완전 폐지까지는 3개월이란 기간이 있다. 한·일 양국이 국면 전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미국도 초기엔 다소 언짢은 반응을 보였지만, 한·미·일 군사 협력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수수방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충격적인 100년 기업 경방의 공장 폐쇄

한·일 분쟁과 조국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더욱 절박한 발등의 불은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산업 현장의 곡소리다. 해외 소싱으로 돌파구를 찾은 섬유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 성장을 유지한 데 반해 국내 산업은 줄초상 돌림병이 창궐하고 있다. 설마 했지만 100년 기업 경방이 이달 말로 남아 있는 광주와 용인공장까지 문을 닫는다. 당초 내년 3월 베트남 이전을 계획했으나 국내에서 생산할수록 눈덩이 적자가 쌓이자 일정을 앞당겼다. 지난 5월 국내 공장 폐쇄 발표 때 노조 측의 반발로 주춤했으나 사정이 워낙 악화되자 노사가 폐쇄 합의를 도출했다.

섬유산업의 뿌리인 면방 산업이 속절없이 붕괴되면서 사실상 소멸로 가는 징검다리를 건너버렸다. 초우량 면방사인 일신방도 올 들어 수십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방 역시 작년에 섬유 부문에서 76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 상반기에 70억원의 적자를 냈다. 타임스퀘어가 없었다면 불행한 일을 당할 뻔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면방 업체마다 요즘도 작게는 월 10억원 많게는 월 30억씩 눈덩이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예전 같지 않은데 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면 가격이 파운드당 58센트로 작년 동기 88센트보다 40% 이상 폭락했다. 80센트 이상 주고 산 원면을 투입해 생산한 면사를 58센트 가격으로 판매해 생산할수록 적자다. 이미 국내 공장을 폐쇄한 동일방·대한방에 이어 경방까지 해외로 이전하면 70년 역사의 대한방직협회를 창설한 창업 회사들이 방협 회원 자격 문제까지 위협받게 됐다.

면방뿐 아니다. 중언부언하지만 화섬도 이 추세대로 가면 62년 역사의 코오롱그룹 모태 회사인 코오롱FM의 제2·제3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분야에서는 대부분 누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화섬사의 저가 공세가 갈수록 기승을 부려 이미 국내 생산량의 60% 가까이 수입사가 장악했다. 수출 시장에서 야드당 1~2센트를 놓고 경쟁을 벌인 니트 직물과 화섬우븐직물 업체들은 국산보다 ㎏당 200원이나 차이가 난 수입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이 초토화된 후엔 염료처럼 중국의 회도리에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예견하면서도 당장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수입사에 의존하고 있다.

눈덩이 적자 화섬 기업에게 소재 개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돈이 남아야 설비도 개체하고 신소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지 없는 살림에 설비투자 · 기술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소재 개발이  안 되는데 수요자인 니트직물이나 화섬우븐직물 업체들이 무슨 재간으로 차별화 원단을 만들 수 있겠는가. 결국 직물 업체 대부분이 중국·베트남과 똑같은 제품으로 경쟁하다 보니 장기판의 졸 신세가 되고 있다.

기업의 개별 능력이 달리고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기획능력이 고갈되면 정부나 관련 단체가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이마저 허당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섬유패션 정책은 목표로 방향도 없는 무대책이다. 오직 기업의 각자도생만 강조하고 있다. 섬유패션단체와 연구소 숫자는 선진국보다 많지만 제구실을 하는 곳은 가뭄에 콩 나기 수준이다.

솔직히 정부와 단체, 연구소, 기업이 힘을 합치면 지금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판 유니클로가 없는 것은 정부의 무대책뿐 아니라 기업의 독과점 욕심 때문이다. 삼성물산, 이랜드 등 재벌기업이 혼자 다 하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일본처럼 유니클로와 협업하는 도레이 등 소재 업체와 금융과 시장을 개척하는 종합상사의 역할 분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에 소재를 공급하는 도레이는 지금도 상시 직원 100명 규모를 유니클로에 파견해 내년 또는 내후년 소재 개발의 상품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소재뿐 아니다. 세계적인 화학소재 업체인 도레이가 연간 10억 달러 가까운 규모의 의류 완제품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유니클로에 공급하고 있다. 유니클로와 협력한 도레이의 클러스터가 동반 성장해 다 죽어가던 후쿠이 산지가 살아났다. 한국에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니클로에 원사를 대량 공급했던 효성을 비롯한 화섬 업체와 패션 업체 기라성 같은 의류 벤더, 대구와 경기 북부의 원단 업체가 하나의 톱니바퀴를 형성해 맞물려 돌아가면 한국판 유니클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임박한 패트병 리사이클 칩 파동 무대책

문제는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 대안은 정부가 나서고 단체가 공조해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준비하면 가능하다. 동대문에 보여주기식 ‘위드인24’에 27억원을 쏟아붓고도 파리 날리기보다 이런 중장기 실효성 있는 중흥전략을 준비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 한·미 FTA의 무관세 이점을 살려 12월로 연장됐지만 관세 폭탄이 예고된 중국산 대미의류수출 타격의 어부지리를 위해 국내 봉제 산업 중흥책도 마련해야 한다.

소재개발 없이는 섬유·의류 차별화 중흥은 구두선임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일본 화섬 업계의 다양한 소재 개발에 카피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된다.

하나의 예증으로 전 세계 섬유의류 업계는 패트병 리사이클 섬유가 대세다. 지금처럼 칩을 전량 일본 등지에서 수입해 원사를 생산하는 식은 안 된다. 벌써 리사이클 섬유 원사 파동이 예고되고 있다. 국산 패트병의 무색 제조 정책에 이어 큰돈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리사이클 칩 가공공장 설립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책이 급선무다. 정부에 있는 백면서생(白面書生 )들의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국제섬유신문 webmaster@it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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