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인의 입에는 맹독성 바늘이 들어 있다. 세치혀에는 독기가 가득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밤낮없이 개처럼 싸우는 여·야 정치인이 찌르고 할퀴는 독설은 호소력보다 반감이 앞선다. 천박하고 상스럽기 짝이 없다. 가뜩이나 살기가 팍팍한 국민들은 코로나19 공포에 가슴이 화석으로 변한 상황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가 뺨을 때려 눈물과 혐오를 자극하고 있다.

얼핏 보면 민주주의 표본이라는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를 면전에서 찢어버린 미 하원 의장의 배짱과 강단을 보면서 “미국도 별수 없구나.” 싶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국가가 어려울 때 한 목소리를 냈다. 하나의 예증으로 최근 미 보건복지부 관리들이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따내기 위해 의회에 달려가 브리핑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이자 며칠 전 국정 연설 원고를 찢은 장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정부가 적절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우리 정치가 배워야 할 멋진 장면이었다.

中 화섬사 공급 중단 국내 영향 없다

타협과 협상이 정치의 본질이다. 집권 여당은 야당을 포용하지 못하고 야당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싸움닭 양태가 문제다. ‘닥치고 정권’을 위해 신종 코로나까지 진영 논리로 각혈하며 싸우는 정치권이 절실하고 처절한 국민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 그럼에도 4월 총선에서 내 편에 표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몽상을 넘어 망상임을 알아야 한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무서운 역병(疫病)이 거침없이 창궐하고 있다. 벌써 중국에서 확진자가 6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400명에 달했다. (지난 14일 기준)

이 겁나는 돌림병이 4월이 지나야 잦아든다고 하니 앞으로도 최소 두 달 이상 두근반 세근반 불안 초조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무서운 역병이 몰고 온 쓰나미는 글로벌 섬유패션 산업 판도에도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60~70%를 점유하는 중국의 가동 중단은 교역 감소와 수급 불안의 폭풍을 몰고 왔다. 당장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대 중국 섬유 수출 16억 6,200만 달러, 수입 65억 4,500만 달러의 교역 감소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싸고 좋은 중국산 화섬사에 인이 박힌 국내 직물 산업에 원사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물론 신종 코로나19 감염으로 중국 화섬 공장이 한 달 이상 문을 닫았고 가동한다 해도 항구까지 육로 수송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중국도 급할 경우 철도 수송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설사 중국에서 공급이 되건 안 되건 우리는 걱정할 것이 없다. 수입상들이 국내 창고에 보관 중인 원사량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국내 화섬 메이커의 재고량도 차고 넘친다.

우리와 무관하게 중국의 섬유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는 글로벌 시장에 훨씬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세계 생산량의 60%에 달하는 중국 원단 공장 가동 중지와 수송 중단은 전세계 섬유·의류 수급에 지각 변동이 생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 유통바이어가 발주한 의류 제품의 생산 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의류 소싱 국가의 생산라인이 원단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할 수 없어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진출한 한국 의류 벤더들은 바이어 노미(지정)에 의해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 원단이 공급되지 않아 업체에 따라 공장 라인을 부분적으로 세워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 FW용 생산 성수기에 원단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생산과 납기 모두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불감청고소원은 아니지만 차제에 섬유 각 스트림에 통렬한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싸고 좋은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한 시장 원리라고해도 그동안 무모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너무 싼 것을 찾아 원단 발주를 중국에 집중한 것이 실책이었다. 계란을 같은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 벤더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바이어들의 뼈아픈 실책이다. 천재지변 같은 이번 신종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의류 수출 구조상 우리 벤더 요구보다 바이어 노미에 의해 선택되기 쉬운 것이 원단이고 원사이지만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이번에 단단히 뜨거운 맛을 봤다. 같은 돌에 두 번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국 벤더들이 중국에 정나미가 떨어진 미국 바이어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런 한편 솔직히 중국의 신종 코로나 쇼크가 한국의 섬유산업에는 천재일우의 호기가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섬유원단 시장은 중국을 대체할 만한 곳이 베트남과 한국, 인도네시아 정도로 국한돼 있다. 베트남은 오더가 폭주해 더 수용할 능력이 없고 인도네시아는 아직 품질과 납기 문제가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 대체 시장으로 가장 유리한 곳이 한국이다.

크고 작은 의류 벤더들이 해외에 자체 공장을 만들어 국내 원단 업체가 곤죽이 됐지만 대구와 경기 북부에는 화섬 직물과 니트 직물 산지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극심한 오더 가뭄으로 시난고난 피골이 상접해 있으나 여기서 조금만 원기를 보충하면 기사회생이 충분하다.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 모두 기술력은 한국이 최고다. 다만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어느덧 조 단위 매출로 중견 기업으로 덩치를 키운 의류 수출 벤더들이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며 국내 소재 산업을 위해 팔소매를 걷어야 한다. 그들이 오늘이 있기까지는 국내 소재 업체의 기여도가 절대적이었음을 새겨야 한다. 같은 값이면 국내 원단을 쓰며 동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가격을 강요하는 가격 후려치기와 국내 업체가 어렵게 개발한 원단을 중국에 넘겨 “똑같이 싸게 공급하라.”는 식은 시장 장사꾼의 태도다.

중국산 직물 원단 대체 한국이 제일

제조업은 가동률이 원가다. 벤더들이 국내에 오더를 주면 생산성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중국이 독점한 염료 때문에 혼쭐이 나고 있으면서 원단까지 중국에 의존해 자초한 고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의류 벤더만을 원망할 수는 없다. 싸고 좋은 물건이 널려 있는데 비싼 값에 사는 얼간이는 없다. 국내 소재 업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녹슨 대패로 깨끗한 나뭇결을 기대하는 것은 요술을 바란 것이다.

자동화 투자로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고 보유 노하우를 접목하면 오더가 쇄도한다. ‘자기 두레박 짧은 것은 모르고 남의 우물 깊은 것만 원망’하는 어리석음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내 섬유 각 스트림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반사이익 호기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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